오늘 우리가 한번 깊이 들여다볼 주제는 바로 공공조형물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상, 기념비, 뭐 그런 상징물들이죠. 네, 맞습니다.
늘 우리 곁에 있는데, 음, 저건 대체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기 세웠을까 하고 궁금해 본 적 혹시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그냥 무심코 지나치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자료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2025년 최신 연구보고서, <공공조형물의 체계적인 조성·관리를 위한 현안과 정책과제>입니다.
네. 이 보고서를 보면서 왜 어떤 조형물은 지역의 자랑이 되고, 또 어떤 건 예산 낭비의 상징,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는지, 그 시스템 속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겠습니다. 네, 이번 분석에서 정말 중요한 건 단순히 뭐, 이 조각상 디자인이 별로다, 이런 미학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 디자인 문제가 아니다.
네, 그러니까 이게 계획되고 세워지고 관리되다 사라지는 그 전체 과정, 그 시스템 자체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는 지를 보려는 거죠. 듣고 보니, 결국 이 보고서가 말하는 건, 우리가 길에서 보는 어색한 조형물들이 담당자의 센스가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주인이 없는 시스템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뭐 이런 얘기네요. 정확합니다.
바로 그 주인 없는 시스템이라는 키워드가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 될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시스템이 얼마나 통제불능 상태인지, 문제의 규모부터 한번 보죠.
보내주신 자료에 정말 놀라운 통계가 하나 있던데요. 네. 2000년대 이후로 공공조형물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요? 네. 90년대에 전국적으로 한 288개가 세워졌는데요. 2000년대에는 무려 1,813개가 세워졌습니다.
1,813개요? 와, 10년 만에 거의 6배가 넘게 늘어난 거네요? 그렇죠.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팽창했는데, 질적인 관리는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까 조형물을 사는 그 가격표만 본 거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들어갈 전기세, 청소비, 수리비, 그리고 나중에 폐기물로 처리하는 비용까지는 전혀 생각을 안 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걸 바로 생애주기 비용이라고 부르는데요. 보고서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생애주기 비용에 대한 개념이 그냥 전무하다는 겁니다. 아. 그래서 2014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보다 못해서 표준조례안이라는 걸 만들어서 각 지자체에 권고를 했죠.
네. 2025년 1월 기준으로 전국 186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긴 했습니다. 186개나요? 그럼, 이제 문제는 해결된 것 아닌가요? 그랬다면 저희가 오늘 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겠죠.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보죠.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 이 자료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요. 네. 공공조형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표준조례안을 봐도 상징 조형물, 환경시설물 이런 식으로 종류만 나열하고 있지 이것이 어떤 공공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해요. 그러다 보니까 심사 기준도 조형성, 독창성, 내구성처럼 조형물 자체의 기술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죠. 이게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우리 동네 경관에 어떻게 기여할까? 같은 더 중요한 질문은 쏙 빠져 있다는 거군요.
바로 그겁니다. 공공성은 없고 조형물만 남는 거죠. 더 심각한 건 조형물이 세워지는 행정 절차 자체가 완전히 분절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 그 부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대부분의 조형물이 단독 사업이 아니라 환경정비 사업 같은 큰 사업의 일부로 슬쩍 끼워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말이죠. 이게 바로 거대한 사각지대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도로과에서 경관 정비 사업을 하면서 조형물을 세운다고 해보죠. 그러면 공공조형물 조례를 담당하는 문화예술과 소관이 아니게 됩니다. 조례에 따른 심의위원회를 아예 거치지 않고 설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잠깐만요. 그럼, 뭔가 이상한데요. 조형물을 세우는 조례가 따로 있는데 다른 사업에 끼워서 만들면 그 조례를 그냥 통과할 수 있다는 건가요? 마치 고속도로 통행료 내기 싫어서 국도로만 달리는 것 같은데요.
이게 정말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공공자산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하나 구매하는 것처럼 처리 해버리는 거죠.
그야말로 주인 없는 시스템의 민낯이지요. 그렇군요. 시스템의 균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런 잘못된 시스템이 나은 결과물들은 우리 눈앞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나요? 연구자들이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첫 번째가 바로 중복 설치로 인한 혼란입니다. 한 삼거리에 100m도 안 되는 구간에 조형물이 세 개나 있다는 그 사례 말씀이시죠? 네. 하나는 행정홍보탑, 다른 하나는 농산물 홍보 조형물, 또 다른 하나는 경관 개선형 조형물. 다 다르네요.
네.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다른 시기에 다른 목적으로 세운 겁니다. 하나의 장소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없이 각 부서가 자기 사업 실적만 보고 진행한 결과물인 거죠. 그야말로 행정의 난개발이에요.
두 번째 유형도 정말 황당했습니다. 네.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LED 조형물인데 문제는 그 공원이 철새도래지 보호구역이라서요.
네. 조류의 휴식을 위해 저녁 7시 이후에는 모든 조명을 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형물의 핵심 기능인 미디어아트를 저녁에는 전혀 쓸 수가 없는 곳에 설치했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심지어 구조도 약해서 바람에 흔들리는 바람에 주변의 안전 펜스까지 둘러쳐야 했다고요. 이건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요? 이것이야말로 앞서 말한 분절된 시스템의 완벽한 증거입니다. 문화 부서에서는 멋진 미디어아트를 설치하고 싶었을 테고 공원을 관리하는 환경 부서에서는 철새를 보호해야 했을 겁니다.
두 부서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만 했어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죠.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안전 위협입니다. 맞아요. 이건 미관의 문제를 넘어서는 거죠.
좁은 교통섬이나 보행로 한가운데에 조형물을 세워서 통행을 방해하거나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사례가 정말 많다고요. 도로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길이 35m짜리 기차 조형물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조형물은 철거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점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이 기차 조형물은 국비 지원 사업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정해진 내구연한이 지나기 전에는 정부 승인 없이는 철거가 불가능합니다.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요? 네. 예산 규정 때문에 쉽게 치울 수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거죠.
듣다 보니 정말 이상한데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조례가 186개나 만들어졌다면 이런 일은 없어야 정상 아닌가요? 이게 그냥 담당자들이 조례를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조례 자체가 사실은 아무 힘이 없는 종이호랑이인 건지 궁금해지네요. 보고서는 바로 그 법 제도의 허점을 명확히 짚어줍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례는 그냥 종이호랑이에 가깝습니다. 적용 범위 자체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어요. 구멍이요? 네. 조례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첫째, 지자체 소유의 공유 재산이어야 하고 둘째, 국토계획법상 공공시설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그게 좀 어려운데요. 쉽게 비유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쉽게 비유하자면 서울 시내에서 과속하는 빨간색 스포츠카만 단속한다는 규칙 같은 거예요. 파란색이거나 스포츠카가 아니거나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 달리면 단속 대상이 아닌 거죠.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명확하게 있는 셈입니다.
아,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럼, 예를 들어 중앙정부기관이 짓거나 아니면 체육시설이나 공공청사 부지처럼 법적으로 공공시설이 아닌 곳에 지으면 조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거군요. 바로 그겁니다.
합법적인 사각지대인 셈이죠. 설치 후 관리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엉망이라고요? 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리 대장에는 ‘누가 만들었고, 어디에 있는지’ 같은 기본 정보만 있을 뿐 언제 수리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같은 유지관리 이력은 전혀 기록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체계적인 관리가 될 리가 없죠.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요. 철거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민원이 많고 흉물스럽게 방치된 조형물들이 왜 철거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기념 조형물들이 대표적인데 20년 넘게 방치되다가 최근에야 겨우 정비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공의 부채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오늘 우리는 이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공조형물을 둘러싼 문제들이 단순히 ‘디자인이 별로다.’ 차원이 아니라 뭐랄까 불분명한 목표, 분절된 시스템, 법 제도의 허점이 나은 아주 깊은 구조적인 문제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발상의 전환을 제안합니다. 더 이상 조형물을 개별적인 사물, 오브젝트로 보지 말자는 겁니다. 사물이 아니라요? 네. 대신 그 장소의 역사, 문화, 경관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장소, 플레이스를 만든다는 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획부터 철거까지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제 길을 걷다 마주치는 조형물이 당신에게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저 조형물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저 자리에 서게 됐을까 하고 말이죠.
여기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질문을 하나 던지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보고서는 주로 행정 절차와 시스템의 개선을 이야기했지만, 과연 이 문제에서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만약 우리 지역의 조형물을 만드는데 시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깊숙이 참여한다면 우리는 더 의미 있고 사랑받는 공공미술을 갖게 될까요? 아니면 그저 여러 사람의 의견이 뒤섞여 이도 저도 아닌 또 다른 어색한 조형물이 탄생하게 될까요? 진정한 의미의 공공, 공공미술이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